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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이정신

"보고 있자니 배가 아파서, 잘 팔아버리고 싶은"

1x년 차 인문사회 편집자의 '질투에 눈이 먼 서점'입니다. 내가 못 만들어 배 아프니 아예 잘 팔아버려버리게따…

서점 주인 이정신이 알라딘 독자들에게 권하는 10권의 책

"보고 있자니 배가 아파서, 잘 팔아버리고 싶은 책"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커먼즈란 무엇인가
전쟁 같은 맛
망고와 수류탄
사당동 더하기 25
돌봄, 동기화, 자유
망명과 자긍심
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 시리즈’
힌트: 세계, 노동, 목소리

이정신의 블라인드 북

"편집자로서 배 아프기만 하면서 살아온 건 아니라고 증명(?)하는 책이라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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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신의 블라인드 북

가장 최근에 손을 떠난 책이기도 하고, 편집자로서 배 아프기만 하면서 살아온 건 아니라고 증명(?)하는 책이라 소개해봅니다. 제 배를 아프게 했던 책들의 ‘좋은 점’들과 공명하는 점이 많은 책이기도 하고요. 한 줄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 책입니다. 누락되어온 어떤 목소리들이 구체적 얼굴들로 드러나 역사화되는 작업이자, 저자의 오랜 숙제이며, 세계를 단일한 층위로 보기를 거부하며 고민하고 분투하는 글이자, 변화하는 산업 지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노동에 대한 기록인 책입니다. 어떤 책일지 궁금해하셨으면 좋겠네요.

예약판매 도서로 4월 21일까지 판매, 23일에 출고 예정입니다.
도서명은 4월 23일 책의 날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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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신의 추천 도서 10권

  1.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표지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오가와 사야카 지음, 지비원 옮김 | 갈라파고스

    이 책이 등장했을 때 제목과 표지를 보고 홀로 패배감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출판사는 어쩜 이런 책을 찾았을까요(상세히 정보를 살펴보니 ‘또’ 저만 모르는 유명하고 훌륭한 책이었더군요). 이미 읽기도 전에 이 책은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재미있어서 읽는 내내 또 배가 아팠어요. 책에 담긴 흥미로운 통찰은 물론, 재미있는 인문사회 글쓰기가 이런 거다! 인류학의 재미가 이런 거다!가 필요하신 분 가운데 아직 이 책을 만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집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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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표지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고예나 지음 | 위고

    해외의 한국계/아시아계 2-3세대 저자들의 글이 한국에서도 이어 주목을 받는 장면들을 보며, 조금은 삐죽이는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이조차도 수입만 해야 한단 말여?’ 그러면서 조급하게 기다려왔습니다. 한국에서 이주배경 아동, 청소년으로 성장한 저자들의 통찰이 담긴 글을요. 그럼 누구보다 빠르게 발견해서 책을 내보겠다고요. 그런데 이 책이 나온 걸 봤으니 배가 아프지 않았을 리가요. 이주, 인종, 지역 등 자칫 피상적으로 이해하기 십상인 문제를 구체적 얼굴과 섬세한 사유로 기록한 이 책은, 덮어놓고 혐오를 일삼는 시절에 열심히 팔아서 나누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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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필연적 혼자의 시대 표지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 다산초당

    제가 저장해둔 지 20년은 더 된 논문*입니다. 도시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노숙인’이 신체를 가진 구체적인 한 개인들이라는 점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었던 인상적 글이라 한번씩 이 글의 저자인 ‘김수영’의 이름을 검색해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2025년 어느 날 제가 엄청 존경하는 동료 편집자가 김수영이라는 선생님과 미팅을 한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김수영’ 선생님이 이 ‘김수영’ 선생님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 혼자 일방적으로 반갑고 허탈(?)하더라구요.(세상엔 왜 이렇게 훌륭하고 민첩한 편집자가 많은 것일까요!) 저자의 첫 단독 저서인 이 책은 마치 제가 처음 읽었던 저 논문에서처럼 구체적인 개인들의 삶과 동시대의 흐름과 구조를 사회과학의 언어와 이론으로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사회과학자의 글이 이렇게 잘 읽힐 일인가요! (아마도 훌륭한 저자와 편집자의 콤비 플레이였을 것이라 강하게 짐작해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읽은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동시대를 파악하는 필독서로 더 많은 독자들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제 배는 아프지만 어쩌겠어요! 이렇게 좋은 책인 걸요! (* 편집자 주 - 20년 된 논문이 담긴 메일함 캡쳐 이미지 자료는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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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커먼즈란 무엇인가 표지

    커먼즈란 무엇인가

    한디디 지음 | 빨간소금

    자본주의가 기본값인 세계에서 반자본주의적 사유와 감각, 생활을 상상하고 갖춘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요. 그 기본값의 전제를 해체할 것을 요청하며 ‘커먼즈’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풀어가는 솜씨가 어찌나 쾌하던지요. 책을 읽기 전부터 읽는 내내 뱃속이 간지러워 참기 어렵더군요. ‘몫’과 ‘공정함’이 ‘정의’가 된 시대에 다른 관계와 세계를 짓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책입니다(배가 아프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의 추천자로 한디디 선생님을 모셨더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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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전쟁 같은 맛 표지

    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 지음, 주해연 옮김 | 글항아리

    이 책은 제게는 ‘배 아픈 책’ 목록에서 뺄 수 없는 책인데요, 한국에서 이 책이 판권 계약이 될 때 오퍼를 넣었지만 비딩에서 떨어진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외서 판권 오퍼에서 떨어지는 일은 자주 있지만, 이 책은 처음 알게 된 이후 ‘꼭 가져오고 싶다’며 제법 이글거렸던 책이었거든요. 나중에 출간된 것을 보고는 한동안은 사지도, 읽지도 않을 정도의 (혼자만의) 뒤끝을 부렸던 책입니다(부끄러운 뒤끝을 부린 만큼 멋진 책이라 한편 다행(?)이고 기뻤답니다. 저라는 못난 편집자…). 개인적으로는 ‘음식’과 ‘맛’을 말하지 못하는 자의 목소리 삼아 여러 영역과 밀도 높게 교차시키는 사회과학서라는 점에서도 큰 매력을 느꼈던 책입니다(TMI 하나를 더하자면 저는 이 저자의 다른 책 <유령연구>를 계약한 출판사로 이후에 이직하게 되고, <전쟁 같은 맛>을 함께 검토해주셨던 선생님께서 결국 이 책의 번역을 맡아주시게 되었답니다. 여러 모로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었다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으실 이야기를 덧붙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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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망고와 수류탄 표지

    망고와 수류탄

    기시 마사히코 지음, 정세경 옮김 | 두번째테제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의 저자인 기시 마사히코의 책입니다.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소설인가 했었는데 말이죠. ‘방법론’ 그 자체에 대한 논의, 특히 개인의 삶과 목소리를 어떻게 옮길 것이며 그것의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를 다룬 논의에 매번 관심이 있다고 떠들고만 다녔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자괴감에 빠지게 됐던 책입니다. 연구자들께 어떤 글을 요청드릴 수 있겠다는 힌트도, 책을 읽으면서 들을 수밖에 없게 되는 오키나와의 목소리들도 큰 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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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사당동 더하기 25 표지

    사당동 더하기 25

    조은 지음 | 또하나의문화

    이런 책은 저뿐 아니라 아주 많은 편집자들에게 ‘로망’과도 같은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책의 훌륭함은 앞서 많은 분들께서 많이 말씀해주셨으니까요). 무려 25년의 추적조사를 담은 책임과 동시에 25년의 좇은 그 시간 속에서 내놓는 연구자의 고민과 성찰을 담은 책이니까요. 이 책을 처음 읽었던 10년도 더 전에 ‘이런 원고는 도대체 어떻게 받을 수 있는 걸까…‘를 떠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가난에 대한 두터운 이해와 함께 타인의 삶을 향한 이해 방식에 큰 전환을 가져다주는 책이자, ‘기록’의 의미와 윤리에 대한 배움을 준다는 이 책을 어떻게 매대에 깔지 않을 수 있겠어요.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더 많이 팔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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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돌봄, 동기화, 자유 표지

    돌봄, 동기화, 자유

    무라세 다카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고령자 돌봄과 관련해 앞선 논의와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에서는 그와 관련된 책도 여럿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은 이 책의 배경인 요리아이와 저자에 대해서 다른 책을 편집하며 꽤 자세히 접할 일이 있었는데, 저는 왜 이 저자의 책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을까요. 고령자 돌봄, 특히 인지증(치매) 고령자의 돌봄에 대한 다른 입장과 접근이 절박한 시점에, 적재적소에 딱 맞는 책을 어쩜 이렇게 잘 만들어서 한국사회에 내보낼 수 있었을까요. 특정한 대상으로 좁혀질 수도 있었을 책의 독자를 적절히 확장할 수 있는 모양새와 제목까지… 이 출판사의 실력에 어찌나 질투가 나던지요. 자기다움을 지키는 돌봄이 가능하다고 역설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고령자와 고령자 돌봄에 대한 구체적 묘사로 나이듦에 대한 다른 이해의 틈새를 발견할 수 있는 넓은 책에 걸맞은 옷을 입혀주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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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망명과 자긍심 표지

    망명과 자긍심

    일라이 클레어 지음, 전혜은.제이 옮김 | 현실문화

    원서 초판이 1999년에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2020년에 한국에서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도 즉시가 아니고 더 나중에 이 책을 읽고 (비루하기 짝이 없는 묘사라 죄송합니다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은 이것이었어요. ‘교차성 정치를 이렇게 아름답게 쓴다고…그런데 이런 책을 이제서 읽었냐…’ 어떠한 현상과 대상을 쉽게 매끄럽게 정의하고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또한 불가능한 것인가요. 따라서 정치란 얼마나 다층적이고 모순 위에서 찾아가야 하는 길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요. 통과해야만 하는 난감한 질문을 아름답게도 던지는 이 책은 더욱 팔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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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 시리즈’ 표지

    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 시리즈’

    미셸 푸코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논쟁적이더라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중요한 글, 한 사상가 사유의 중요한 시작이거나 분기가 되는 글, 주요한 사상가의 간판 같은 글을 작은 책으로 꾸준히 낼 수 있는 포맷은 인문사회 출판사에서 할 수만 있다면 해야 하는 영리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그 포맷으로 ‘채석장’ 시리즈가 시작이 되는 걸 보고 어찌나 부럽던지요. (스스로의 게으름은 탓하지 못하고) 심지어 내심 탐내왔던 글이 출간되어 나온 걸 봤을 때는 진짜로 배가 아프더라고요. 그만큼 인문사회 출판사가 할 수 있는 멋진 기획인데, 서점에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시리즈 중 하나를 고르라면 취향껏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를 고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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