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에 있는 오스페달레 델리 인노첸티는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구현한 최초의 건물로 일컬어진다. 이 건축물은 버팀 없이 세운 기둥만으로 둥근 아치 모양의 아케이드를 떠받치는 독특한 설계를 자랑하는데, 각각의 기둥 위에는 강보에 싸인 채 파란 바퀴 위에 누워 있는 아기가 그려져 있다. 파란 바퀴는 아기를 버리는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아기를 놓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치였으며, ‘죄 없는 이들의 병원’이라는 뜻의 인노첸티는 버려진 아이들을 보살피고 치료하는 유럽 최초의 보육원이었다.
1445년 2월 5일, 갓난아기 아가타 스메랄다가 인노첸티의 문 앞에 놓이는 것으로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유럽 사회에서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 거리에서 죽거나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거나 짐승에게 잡아먹히는 일이 흔했으며, 이런 아이들은 대개 주인에게 강간당해 아이를 낳은 노예, 또는 아이를 기를 능력이 없는 부모의 자식들이었다. 이 시대에 아이는 보호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부담으로 여겨졌으며, 일부 상류층을 제외한 어린이들은 아주 어려서는 방치된 채 살다가 열 살 남짓한 나이가 되면 생존을 위한 노동을 시작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직 ‘버려진 아이들’만을 위해 설립된 인노첸티는 500여 년 동안 약 4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삶을 돌보았다.
이 책은 인노첸티를 단순한 자선 시설이 아니라, 인류가 어린이를 독립적인 인간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결정적 전환점으로 조명한다. 피렌체의 비단직공조합이 시민의 의무를 다하고자 설립한 이 건물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아치로 대표되는 르네상스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며,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루카 델라 로비아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품은 예술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가 주목하는 핵심은 화려한 외관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루어진 ‘어린이에 대한 급진적인 실험’이다.
인노첸티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생존만을 보장받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은 라틴어와 산술뿐 아니라 미술, 문학, 음악을 포함한 교육을 받았고, 여자아이들은 직조와 비단 제조 같은 실질적인 기술을 배워 경제적 자립의 가능성을 확보했다. 나아가 인노첸티는 여자아이들이 빈곤이나 매춘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결혼을 주선하는 역할까지 담당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어린 시절은 보호와 교육이 필요한 고유한 삶의 단계’라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고, 근대적 아동관과 교육관의 토대를 만들었다. 어린이가 언제부터 보호의 대상이 되었으며, 인간과 사회는 어떤 조건에서 약한 존재를 돌볼 수 있는지 돌아보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아동 복지, 공교육, 돌봄 노동, 그리고 국가와 시민 사회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제 첫아이가 태어난 날은 아이의 엄마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날이고, 그래서 홀로 남아 아빠가 된 저는 서서히 또 고통스럽게 제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면서 딸을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그때 저를 전적으로 지탱시켜준 것은 자기 자신은 제쳐둔 채 발 벗고 나서주신 제 어머니의 도움이었습니다. …… 우리는 모두 언제 어디서 태어났든 아동으로 살아본 경험과 타인을 돌볼 책임을 공유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인 유기 아동을 어떻게 대우하는지가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가늠할 궁극적인 기준일 수 있음을 제게 가르쳐줬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피렌체를 찾는 수백만 방문객은 브루넬레스키의 아치가 선사하는 시각적 장관에 감탄합니다. 그 아치 뒤편에서 일어났던 일도 아치 못지않게 감탄스러웠다는 것을, 그리고 인노첸티가 구제한 수많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그 유산에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이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부자와 최고의 건축가의 눈길은 가장 허약한 존재들로 향했다. 유럽 최초의 보육원 이야기가 피렌체 광장에서 시작할 줄이야! 이 책의 저자는 부모와 성별을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 운명의 원초적 불평등에 대해 500년의 시야를 열어준다. 고통스러운 주제를 따라 읽게 만드는 두터운 소양과 섬세한 필력이 놀랍다. 신생아 유기와 아동 학대 등 전지구적 돌봄 위기가 여전한 때, 아동 인권을 동시대의 ‘광장’으로 이끌어낼 책이다.
—은유(르포 작가, 『있지만 없는 아이들』의 저자)
—《뉴요커》, 「2025년 최고의 책」
—로스 킹(『피렌체 서점 이야기』의 저자)
—존 T. 맥그리비(『가톨릭교: 프랑스 혁명부터 프란치스코 교황까지의 세계사』의 저자)
—《커커스 리뷰》
—《퍼블리셔스 위클리》
—조 모런, 《가디언》
여는 글
한국의 독자들에게
1장 대부
2장 피포의 대성공
3장 천하의 천덕꾸러기
4장 빵과 아름다움
5장 르네상스형 어린이
6장 아가타 부대
7장 피노키오의 그림자
8장 지금도 어린이는 죄가 없다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연보
용어 해설
미주
찾아보기
브루넬레스키가 스스로 선택한 망명은 한 인간의 리나시타, 재탄생으로 이어졌다. 피렌체의 식자 엘리트 사이에서, 특히 새로이 부상하던 인본주의 학자 계층에서 고대 로마의 필사본 연구는 일반적인 취미였다. 그러나 브루넬레스키처럼 필사본 못지않게 긴요한 다른 문화 양식, 고대 로마 건축도 ‘읽어내자’는 훌륭한 생각을 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브루넬레스키가 로마 건축에서, 그 기둥과 돔 그리고 비례가 완벽한 공간에서 조금씩 모은 영감은 건축 이론과 실천에 대한 그의 접근에 땔감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건축과 도시 계획 방식에 대한 피렌체인들의 관심도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61~62쪽
-83쪽
-224쪽
-258~259쪽

1. 19,800원 펀딩
- <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 인노첸티> 도서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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