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만든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름과 약력을 적고, 좋아하는 것을 모으고, 만든 것을 보여주면 충분할까. 무엇을 앞에 놓고 무엇을 빼는지에 따라 소개하는 사람도 조금씩 달라진다.
『새로운 질서』는 자기소개에서 출발해 웹사이트 하나를 만들며 창작의 원리를 살피는 책이다. 제약을 정하고, 내용을 고르고, HTML로 문서의 구조를 세우고, CSS로 형식을 다루고, 자바스크립트로 작은 사건을 만든다. 공개한 뒤에는 다른 사람의 화면에서 자신의 작업을 다시 읽는다. 글쓰기, 편집, 디자인, 프로그래밍은 이 과정에서 서로의 구분을 자주 넘어선다.
AI에게 문장이나 코드 작성을 맡길 때도 결과를 읽고 고치는 일은 남는다. 문서의 구조가 적절한지, 중요한 내용이 잘 보이는지, 버튼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 살필 수 있다면 막연한 요구를 구체적인 수정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에서 직접 만들며 익힌 기본은 AI의 제안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도에 맞게 다루는 데에도 쓰인다.
이렇게 익힌 작업 방식은 다른 매체에서도 시험할 수 있다. 내용을 고르고 순서를 정하는 일, 제약을 이용해 형식을 찾는 일,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피며 고치는 일은 책과 포스터, 영상과 전시를 만들 때도 필요하다. 매체가 달라지면 가능한 선택도 달라지지만,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보여줄지 묻는 일은 계속된다.
책의 바탕에는 민구홍이 여러 학교와 기관에서 이어온 교육·창작 활동 「새로운 질서」가 있다. 2026년은 그 이름을 붙인 지 10년이 되는 해다. 웹에 관심을 품고 직접 웹사이트를 만드는 사람이 늘어난 지금, 이 책은 만드는 방법과 함께 무엇을 만들고 왜 남길지를 묻는다. 기술을 익히는 동안 자신이 익숙하게 해온 선택도 다시 살핀다.
웹의 역사와 컴퓨터 문화, 문학과 미술, 음악과 일상의 사물도 함께 등장한다. 『트윈 픽스』의 검은색 전화기에서 존 케이지의 침묵까지, 뜻밖의 이야기는 제목과 문단, 색과 여백, 버튼과 사건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한다. 짧은 연습과 장말 과제는 읽은 것을 직접 시험하고 고쳐볼 기회를 마련한다.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고 싶은 사람, 플랫폼이 정해준 형식 밖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사람, 코딩과 창작을 함께 배우고 가르치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준비물은 컴퓨터와 웹 브라우저, 그리고 자신을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이다.





이번 후원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이름을 재료로 민구홍 작가가 새로운 글 한 편을 씁니다. 후원이 종료된 뒤 모든 후원자의 이름을 활용해 완성한 글은 책의 새로운 꼭지로 수록됩니다.
일곱 살에 컴퓨터를 처음 만났고, 열한 살에는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처음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웹에 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좋아하는 대상을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놓을지 궁리하다 보니 알아야 할 것이 하나씩 생겼습니다.
2016년, 교육과 창작 활동에 ‘새로운 질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후 여러 학교와 기관에서 사람들과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기술을 배우더라도 각자가 고른 문장과 이미지, 남긴 여백과 하이퍼링크는 달랐습니다. 그 차이를 함께 살피는 일이 수업의 중요한 부분이 됐습니다.
이 책에는 그동안 거듭 설명하고, 직접 만들며 고쳐 생각한 것을 모았습니다. HTML, CSS, 자바스크립트를 다루지만, 기술에 관한 설명만으로 책을 채우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이 형식을 골랐는지, 어디까지 설명하고 무엇을 남겨둘지도 실제로 만드는 동안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소개할 것이 분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장 하나를 쓰고, 목록으로 바꾸고, 다른 문서에 연결하다 보면 처음에는 몰랐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책을 덮은 뒤 남은 웹사이트가 처음 작성한 자기소개와 조금 다른 말을 한다면, 그 차이를 서둘러 지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파일이 없으면 열리지 않고, 하이퍼링크가 끊어지면 이동하지 못하고, 이미지 경로가 어긋나면 침묵한다. 웹은 창작자의 우유부단함을 비교적 빠르게 렌더링한다.” —「오늘부터 우리는」
“좋은 자기소개는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말 그런가?’를 남긴다.” —「오늘부터 우리는」
“편지, 영수증, 판결문, 시, 메뉴판, 부고, 카카오톡 메시지는 모두 다른 형식이다. 같은 문장도 어디에 놓이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보고 싶어요.’ 이 말은 연애편지에서는 애틋하고, 업무 메신저에서는 조금 부담스럽고, 세금 고지서에서는 공포스럽다. 이처럼 형식은 내용이 작동하는 조건이다.” —「내용과 형식 (또는 그 반대)」
“단순함은 비어 보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끝까지 관리할 관계의 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무엇을 더할 수 있는지보다 새로 생긴 관계를 모두 돌볼 수 있는지 먼저 묻는다.” —「모든 것은 상자다」
“목적은 실용적일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을 웃기거나, 잠시 불편하게 하거나, 오래 남을 질문 하나를 만드는 것 또한 구체적인 목적이다.” —「만들지 않으면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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