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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가장 깊은 곳"

저는 주로 밤에 일을 하는데요, 사람들 대부분이 잠든 새벽 한 시 반부터 세 시 반 정도까지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혼자 깨어 있고 갈 곳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은 이 위태롭고 막막하고 기묘한 시간에 종종 떠오르는, 혹은 이 시간과 어울리는 책들을 모아봤습니다.

서점 주인 서제인이 알라딘 독자들에게 권하는 12권의 책

"밤의 가장 깊은 곳"

다른 시간, 다른 배열
빼앗긴 자들
짐승일기
위험을 향해 달리다
의지와 증거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자유죽음
돌봄, 동기화, 자유
낙원
누구
레이빙
영화도둑일기
힌트: 잠, 꿈, 베개

서제인의 블라인드 북

"누군가가 이런 책을 기획해서 내주길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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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제인의 블라인드 북

힌트가 있다면 이 책은 밤에 하는 어떤 활동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무 살 무렵부터 이런 책을 써보는 게 꿈이었고, 누군가가 이런 책을 기획해서 내주길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그런데 정말로 이런 책이 나와서 너무나 반가웠다! 읽는 사람만큼이나 쓰는 사람에게도 재미있는 작업이었을 것 같아 더 좋았던 책.

예약판매 도서로 4월 21일까지 판매, 23일에 출고 예정입니다.
도서명은 4월 23일 책의 날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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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제인의 추천 도서 12권

  1. 다른 시간, 다른 배열 표지

    다른 시간, 다른 배열

    이성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비유를 보면 머릿속이 투명해지던 때가 있었다 몸 안에 흰 피가 퍼졌다 / 빗방울이 맺힌 흰 거미줄을 보는 / 그런 날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여기 수록된 시 <손가락과 흰콩>을 몇 번이나 읽으며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르겠다. 그 밤을 버틴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문학계의 가장 어두웠던 시간들을 기록한 이 시집을 떠올리며 나는 아직도 가끔 우유로 약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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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빼앗긴 자들 표지

    빼앗긴 자들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이 책을 떠올리면 그 어떤 짙은 밤에도 완전히 혼자이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라스와 아나레스 사람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거울처럼 자신을 비춰 내는 서로를 떠올릴 수 있었을 테니까. 내 꿈의 가장 오래된 원형, 나의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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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짐승일기 표지

    짐승일기

    김지승 지음 | 난다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생각만으로도 밤이 조금 덜 힘겹다. 김지승은 점점 존재감이 희박해지는 몸, 표현하거나 나누기 어렵다고 스스로 믿는 몸들에게 기꺼이 초대장을 보내고 함께 버틸 궁리를 계속하는 사람이다. 이 우아하고 고즈넉하면서도 소란스러운 밤의 몸짓이 나는 너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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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위험을 향해 달리다 표지

    위험을 향해 달리다

    세라 폴리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용기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원래부터 용기 있는 사람이 있고, 연약해서 수없이 갈려 나가고 흔들리지만 결국 누구보다 굳건해지는 사람이 있다. 세라 폴리는 후자다. 나라면 절대 쓰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 찢어져버릴 것 같다... 그는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쓸 수 없을 것 같았던 이야기를 결국 써내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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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의지와 증거 표지

    의지와 증거

    비그디스 요르트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죽을 때까지 기대야 하는 책을 딱 한 권만 고를 수 있다면 이 책을 고를 것이다. 언제나 어엿하게 그 자리를 지켜온 산맥이, 탄탄한 바위가 떠오른다. 모두가 부인하고, 모두가 잊고 싶어 하지만 당신의 진실은 결코 훼손될 수 없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아주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음을 울게 된다. 그러고는 다시 나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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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표지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이명희 지음 | 에트르

    장애아의 엄마로서 경험담을 쓴 에세이지만, 꼭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더라도 어떤 외상적 사건으로 인해 '다친', 그리고 자신이 다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고자 천천히 용기를 내고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는 결국 밤을 지나보내고 또 아침을 맞이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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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자유죽음 표지

    자유죽음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 | 위즈덤하우스

    사람들은 죽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그래도 살아보라고 설득한다. (사실 나도 그렇다.) 실은 당사자가 통과하고 있는 밤의 밀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 사람은 그럼에도 계속 살아야만 한다는 강요를 대체 얼마나 많이, 지속적으로 받아왔던 걸까. 이 사람을 채우고 있던 밤들을 판단 없이 딱 한 번만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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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돌봄, 동기화, 자유 표지

    돌봄, 동기화, 자유

    무라세 다카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노인 돌봄 현장에서의 밤들, 경험해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진실들을 놀랍도록 담백하게 전해준다.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호스피스에서 엄마와 보내던 밤들이 조금은 덜 힘겨웠을 텐데.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며 또 하룻밤을 건너가는 일이 너무나 막막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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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낙원 표지

    낙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미미 여사의 밝음과 따뜻함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 중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가장 오래, 가장 자주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면 아무래도 <낙원>이다. 이 작품은 어둠이 아니라 밝음의 무서움을 다루기 때문이다. 어둠을 바로 발밑에 두고도 밝음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우리의 끔찍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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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누구 표지

    누구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그 뒤로도 인간 사회 이곳저곳에 삐딱하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많이 써왔지만, 아사이 료의 최고작은 내겐 이거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별 이야기 아닌 것 같은데 너무나 무서웠다. 지금도 떠올리면 여전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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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레이빙 표지

    레이빙

    매켄지 워크 지음, 김보영 옮김 | 접촉면

    혼자 견디는 대신 함께 춤추는 것으로 밤을 건너가는 방법도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일렉트로니카 팬이었던 내게는 그때와 지금 테크노 음악이 향유되는 방식과 그 정치적 의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려주는 매우 흥미로운, 그러면서도 생생할 정도로 육체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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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영화도둑일기 표지

    영화도둑일기

    한민수 지음 | 미디어버스

    그런가 하면 밤은 낡은 사고방식이 해체되고 생각이 바뀌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작권’ ‘지적 재산권’이라는 개념에 대해 굳어 있던 생각이 많은 부분 달라졌다. 사랑해서 ‘도둑질’을 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나오는 이 책은 무엇보다 실존적이다. 이 시대의 어떤 밤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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