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의 뒤를 이어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덩샤오핑은 1980년대부터 공학자와 기술자들을 권력의 중심부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후진타오나 시진핑 같은 일인자의 자리뿐만 아니라 공산당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다수가 명문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이들로 채워졌다. 반면 미국에서 공학을 전공했거나 관련 실무 경험이 있는 대통령은 단 두 사람뿐이다. 1984년부터 2020년까지 민주당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는 예외 없이 법학을 전공했다. 하원 의원 중 최소 절반 이상이 법학 관련 학위를 소지했지만 순수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오늘날 두 초강대국의 최고지도자층이 이처럼 판이한 구성으로 나뉘어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두 나라의 작동 원리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리콘밸리 및 월가에서 ‘최고의 중국 산업·기술 분석가’로 불리는 댄 왕은 자신의 첫 저서인 이 책에서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두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과 지도자들의 본질을 거침없이 파헤쳤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혁신을 이뤄왔으나 규제와 절차에 갇혀 물리적 역동성을 잃어버린 미국, 그리고 이공계 출신 권력자들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 바닥부터 다진 절차식 지식과 답도적 생산력으로 급부상했으나 억압과 통제의 대가를 뒤늦게 치르고 있는 중국. 책은 미·중 양국의 권력 구조와 산업·기술 정책, 사회 시스템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며 ‘국가의 번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미·중 경쟁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는 것은 물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선택과 미래 설계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