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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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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소설 주간 1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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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완의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소녀들의 초상
    타이중 고등여학교 학생 양쉐니, 쉐쯔의 별명은 ‘교장선생님’이다. 한 올 흐트러짐 없는 복장, 규율을 어기지 않는 말과 태도, 완벽한 발음의 ‘국어(일본어)’ 구사 실력에 더해 쇼와 9년(1934년)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고등여학교의 교장이 여자가 아니라니!”라고 내뱉은 뒤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일본제국 정부가 내세운 여성 교육의 목적은 우수한 일본 여성을 길러내는 일이었지만, 쉐쯔는 황국의 우수한 여성이 되겠다는 뜻을 세운 적이 없었다. 고등여학교에서 공부하게 된 것은 내지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기 때문이고, 대학에 가려는 이유는 양씨 가문의 모든 세대가 앞으로 닥쳐올 재난을 무사히 헤쳐 나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2·28 사변, 백색테러, 1949년 5월부터 1987년 7월까지 38년여 동안 이어질 계엄 통치. 쉐쯔는 앞으로 일어날 환난을 알고 있었다. 양쉐니, 쉐쯔는 21세기에서 1920년대 타이중의 대저택 지여당으로 타임슬립한 양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2024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202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타이완 소설가 양솽쯔의 첫 번째 장편 소설. ‘타이완 사람이 역사소설을 쓴다면 어느 시대를 써야 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작가의 첫 역사소설로, 2017년 출간 이후 타이완에서 두 차례 개정을 거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양씨 가문의 철없는 막내딸에서 지여당의 기둥으로 자라가는 쉐쯔의 성장, 타임슬립으로 떨어진 낯선 세계에 닻을 내릴 수 있게 해준 샤오짜오와의 애틋한 우정, 그리고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과 차별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여성들의 모습이 소설 곳곳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소녀와 소녀가 각별한 벗이 되어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100년 전 타이완 소녀들이 꿈꾸고 연대하며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1938년이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 아오야마 치즈코와 왕첸허가 처음 만나는 그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 소설 MD 박동명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