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 수상 작가 함윤이 첫 소설집. 표제작 <자개장의 용도>의 '나'는 분에 넘치는 자개장을, 여성에서 여성으로 전승된 가족의 물건을 들고 상경했다. '너비는 약 넉 자, 높이는 여섯 자. 양쪽 문을 가로지르는 자기 장색과 검개 옻칠한 나무 모두 보석처럼 빛'(11쪽)나는 이 물건은 가족들이 친척들에게 돈을 꿔서 보증금을 마련한 대학 신입생의 자취방에 놓이기엔 너무 크고 고급이다. 자개장 안에서 가고 싶은 곳의 이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나'는 그곳에 갈 수 있다. 자개장의 규칙은 돌아오는 건 스스로 해야한다는 것. 돌아오려면 걸어서, 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대가를 치러야 한다.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은 값을 요구한다는 것, 그것이 꿈의 규칙이라는 걸 안다.
함윤이의 소설 속에서 사람들, 여자들은 어디로든 간다. '강 건너' 같은, 분수에 넘치는 곳을 욕망하던 이들은 기어코 <강가/Ganga>의 '강가'처럼 여공이 아닌 '강가'가 되기 위해 이국의 호텔 테라스에 선다. 이곳에서라면 '나는, 남자를, 사러, 왔어요.'(97쪽)라고 말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수호자>의 '기절놀이'를 하는 아이들처럼 목 조르기 게임에 응해 경동맥을 내놓을수도 있다. 저 세상에 잠시 다녀온 기분, 썩 나쁘지 않은 그 찰나의 기분을 위해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된 사람들의, 환상을 위해 목을 내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윤이는 자개장의 빛깔처럼 오묘한 문장으로 쓴다. 읽는 것만으로 이 곳의 중력에서 벗어나 저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추동력 있는 소설의 등장이다.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함윤이의 세계에 읽는 사람은 '분명 매혹될 것이다. 언제나 어디로든 떠나게 해주는 물건이라니, 이런 것에 무심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자개장의 용도>, 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