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가설의 골자는 이것이다. '우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 양자역학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잘 아는 가설일 테고, 익숙하지 않은 이들 또한 SF 콘텐츠에서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내용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진짜 물리적 세계가 아닐 수 있다는 것, 실은 더 높은 차원의 존재가 실행한 가상현실일 뿐이라는 것, 이 가설은 흥미로운 동시에 두렵다. 우리의 우주가 정말로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면 삶에 의미가 존재할 수 있는가?
박권 교수는 우리를 이런 허무함으로부터 구출하고자 한다. 그는 시뮬레이션 가설을 '우주는 자기 자신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다.'로 재해석하며 관련한 양자역학의 여러 설명들을 펼쳐 나간다. 전작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와 마찬가지로 각 장은 흥미로운 영화와 책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그의 맛깔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물리학의 심오한 질문에 닿게 된다. 박권 교수가 펼쳐 보이는 생각의 흐름은 매끄럽고도 흥미로워서 과학에 대해서라면 영 자신 없는 독자들이라도 지적 자극의 측면에서 충분히 얻어낼 것이 있을 책이다. 장하석 교수가 "참으로 독특한 걸작이다."라는 말로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