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흥부와 놀부', '우렁이 각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읽고, TV 속 '은비 까비의 옛날 옛적에'에 빠져들었던 아련한 기억이 있다. 그때의 옛이야기에는 도깨비와 귀신, 산신과 도술처럼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어쩌면 그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것은, 현실 너머의 세계를 마음껏 상상하게 했던 특별한 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서점에서 전래동화 신간을 찾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아득해졌다. 그렇기에 한국의 민담과 설화가 세계적인 K-콘텐츠 열풍을 타며 가장 현대적인 상상력의 원천으로 재조명받는 지금, 창비가 야심 차게 선보이는 '도도클럽' 시리즈의 출간은 더없이 반갑다. 옛이야기의 깊은 뿌리에 오늘날의 감각과 숨 가쁜 속도감을 더해 K-판타지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대담한 모험의 시작이다.
이 책이 지닌 진짜 매력은 익숙한 한국적 민담을 현대 청소년들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가장 매혹적인 방식으로 결합했다는 점에 있다. 전통과 현대, 도술과 액션이 한데 어우러진 밀도 높은 세계관은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비밀을 감추고도 진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에 대한 사춘기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까지 더해져 깊은 울림을 남긴다. '도도클럽'은 옛이야기를 기억하는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상상력의 경이로움을, 어린 독자에게는 전에 없던 K-판타지의 스펙터클한 쾌감을 전할 단 하나의 독보적인 선택일 것이다.
문득,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린 채 이야기 속 도깨비가 무서워 눈을 감으면서도, 그다음 장이 궁금해 밤을 지새우던 그 아련한 설렘이 오늘따라 유난히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