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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트렌드 코리아'가 세상에 나왔을 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한발 앞서 읽어내는 시선은 전에 없던 것이었다.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변화의 조짐을 포착하고, 그것에 이름을 붙여 세상에 던지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책이 제시한 키워드는 곧 시대의 언어가 되었고, 언론과 기업은 물론 우리의 일상에서도 그 언어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19년 동안 대한민국의 소비와 사회 변화를 좇아온 '트렌드 코리아'는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정보는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새로운 현상은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다. 이제는 이 책을 읽는 의미도 달라져야 한다. 처음의 '트렌드 코리아'가 아무도 보지 못한 내일을 먼저 보여줬다면, 지금의 '트렌드 코리아'는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한 오늘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내게 한다. 알고 있었지만 설명하지 못했던 것, 느끼고 있었지만 이름 붙이지 못했던 것, 각각의 현상으로 흩어져 있던 것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매년 이 책을 찾는 이유는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올해 책의 키워드에서는 AI라는 단어가 전면에서 사라졌다. AI가 물러난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삶과 일 곳곳에 스며든 범용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풍경을 보는 시대에, 차이는 그 풍경을 어떻게 읽느냐에서 갈린다. 2027년의 'ALPHA SHEEP'이 말하듯, 같은 풍경을 보고도 가장 먼저 해석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무리를 이끈다. 더 많은 정보보다 필요한 것은 흩어진 현상 속에서 흐름을 발견하는 시선이며, 그 흐름 위에서 자신의 방향을 선택하는 힘이다. 결국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일이 아니라,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묻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