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예진과 도원은 우연히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게 되어 가끔 인사를 나누고 때론 산책을 같이 하는 사이가 되었다. 재인의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호계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오픈 채팅방에서 '왈라비'라는 닉네임을 쓰는 예진과 알게 되었다. "너무 날카롭고 아름다운 건 결국 속성을 뒤바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걸까."(13쪽) 알면서도, 자꾸만 사랑해버리고 마는 여자 예진. '평범하지만 괜찮은 현대인'이라는 느낌이 드는 도시의 밤의 고독이 좋아 타인과의 관계 진전을 원하지 않는 도원. 이혼 후에도 주기적으로 전 남편을 만나며, 지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를 견디는 여자 재인. 주인이 알은척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단골로 가게를 찾는, 세상을 좀처럼 마음에 들이지 못하는 호계. 네 주인공의 이야기가 밀도 높은 문장으로 전개되며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연애에는 분명 불유쾌한 순간 역시 존재한다. '목 안의 염증' 같은 실연의 순간. 자신의 연애 라이벌의 SNS를 염탐하고, '그 사람'을 좋아한 건지, '새로운 설렘'이라는 감정에 빠진 건지 스스로도 헷갈려하는 순간, '그가 짜놓은 각본에 등장하는 비중 없는 보조 출연자'처럼, 내가 내 사랑의 주인공이 아니게 되는 순간 같은 것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다채로운 빛을 산란하는 프리즘처럼,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261쪽) 다시 한 번 기대해보며. <아몬드>, <서른의 반격> 손원평 소설. 모두가 흐린 표정을 하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거리를 비운 팬데믹의 시대, "누가 뭐래도 지금은 사랑하기에 더없이 걸맞은 때다"라는 말과 함께 손원평이 사랑 이야기를 내민다.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바로 그 감정을 묘사하는 정확한 문장이 사랑을 멈추지 말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