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 작가의 대표작 <기소영의 친구들>이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한 아이들이 서로의 상실과 슬픔을 어루만지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깊은 감동을 주었다면, 새 작품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은 그 감동의 결을 한층 더 넓히고 깊게 만든다. 또 하나의 대표작이자, 작가의 최고작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다.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는 소심한 선아와 윌리엄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산에.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두 아이는 헤어졌다가 5학년이 된 해, 산에가 전학 오면서 재회한다. 독특한 행동으로 오해받는 햇살과 당당한 외톨이 민준까지 더해져 네 아이는 한 모둠이 된다. 하지만 작은 오해로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된 산에와 민준, 피해자가 된 햇살, 그리고 난처한 상황에 처한 친구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큰 용기를 내어 나서는 선아. 네 아이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얽히고설키며 펼쳐진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장애와 비장애라는 경계 앞에 선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편견과 오해라는 장벽을 넘어 이해에 도달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서사는 아이들의 세계에 깊이 몰입하게 만들고, 어느 순간은 울컥하게, 또 어느 순간은 웃음이 터지게 하며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로도, 이 귀하고 단단한 이야기를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