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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 우리는 이 소설을 읽기 위해 의심해야 한다.
<모래 이야기>에서 풍경을 응시함으로써 순간을 그림처럼 고정시키는 힘이 생겼다고 '모래'는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그림이 영원히 그때의 그 그림일까. '아주 긴 시간 속에서는 물감을 이루는 알갱이들이 계속 움직이고 움직여서, 결국 그림의 색과 형태도 천천히 변해가지.'(24쪽) 갈색 정령의 목소리는 소설 너머 독자에게 전해진다. 소설 너머에서 우리는 함께 고정불변의 진리라는 것이 있는지, 안과 밖의 경계가 그토록 선명한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이 의심이야말로 김초엽의 소설을 끌고 가는 힘이다. 쓰레기더미에서 갑자기 생겨나 도시의 시스템이라는 효율에 달라붙는 '해파리'. 쓸모를 다하자 버려진 '네모', 눈물을 전파하는 애물단지 '젤리', 기이한 생명력을 지닌 '골렘'. 이 존재들은 존재하는 것으로 불편을 야기하고, 이 불편은 왜 우리가 불편하면 안 되는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은 개인방송의 인플루언서, 인터넷 게시판의 문법을 차용해 질문을 던진다. 게시판 이용자는 '그 플라스틱 쓰레기들과 닿았다 하면 다 쓸모가 없어진다고, 게을러지고 바닥에 드러눕는다고.'(64쪽) 불평한다. 다른 이용자는 해파리는 그냥 잠깐 존재할 뿐이라고. 해파리가 도시를 망친다는 시스템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모든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해파리는 목적도 쓸모도 없이 퍼져나간다. '당신의 의식 체계에 아주 작은 변화를 더하는 것'(69쪽) 이것은 해파리가, 김초엽의 소설이 하는 일이다. 해파리들이 유영하면서 흩뿌리는 보라색의 이미지는 아름답고 급진적이다. 김초엽의 소설은 멈춰선 당신을, 의심하는 당신을 마침내 자유롭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