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2018년 독일 뮌스터에서 타계한 허수경의 마지막 시집이 될 유고시집. 42편의 시에 난다시편에 실리는 '시인의 편지'를 대신하는 산문 세 편과 표제작 영문 번역본을 함께 실었다. '혼자 가는 먼 집'을 향하여 나아가 폐허가 된 도시에서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을 가늠한 시인이 일곱번째 마지막 시집으로 건네는 말은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어떤 시는 시인이 머물게 될 곳에 먼저 가있는 것 같다. 지상에서 시인이 적은 문장들은 미리 시간을 건넜다. '우리가 공중에 뜬 저녁 같은 한 권의 책이 될 때'에 '우리가 아주 헤어져 목소리로만 만나는 귀가 되더라도' (<듣는 책>) '아직 누구도 듣지 못한 노래가 이 지상에 남아 있다는 듯'(<푸른 계절이 왔네>) 시는 말을 건넨다. '동화책, 울지 마, 우리는 동무잖아'(<동화책 시절>) 진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뮌스턴으로, 방에서 방으로 옮겨다니며 시인은 메소포타미아의 폐허를 보았다. 시인이 쓰고 옮긴 찰나의 몸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과 교차해 허수경을 읽으며 한 시절을 함께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타계 넉 달 전. 투병중이던 시인은 제15회 이육사문학상을 수상소감을 글로 적어 보냈다. 시인의 말이 된 이 글을 덧붙인다.
“다시 태어나도 시를 쓸 것인가?”
이 모든 시간을 다 합하여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예!”
하고 저는 답할 것입니다.
2018년 6월 28일 허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