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이주한 루마니아인,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경험한 사람,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후유증으로 몸이 아픈 사람, 여성 문화인류학자, 두 아이의 엄마... 이것들은 모두 저자 이리나 그리고레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삶 속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담담히 서술한다. 그의 개인적인 삶의 풍경 속에서 그가 지나온 역사와 사회의 단서가 보인다.
이 책의 매력은 그가 서술하는 자신의 삶이 감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데에 있다. 몽롱한 눈빛과 부드러운 손으로 세상의 표면을 더듬거리는 사람 특유의 감각적인 통찰과 어딘가 세상과 조금씩 어긋나는 사람 특유의 꿰뚫어 보는 시야가 합쳐진 문장들이 읽기를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어떤 경계는 넘나들고, 어떤 경계엔 머무르는 문화인류학자의 아름다운 오토에스노그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