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오른 박상영이 '사랑 3부작'의 최종장을 엮었다. 파업 이후 유일하게 정규직으로 채용된 앵커 김남준, 갓 대리로 승진한 회사원 고찬호, 디지털마케팅팀 동료 유한영과 황은채, 이태원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던 임철우로 이어지는 네 편의 이야기. 대도시의 사회초년생, D시의 입시생들은 이제 삼십대가 되었다. '실력도 없는 주제에 이름이나 알리고 싶어하는 요즘 애들'(49쪽)취급 받기는 싫으면서, 어떤 순간엔 "요즘 애들은 도대체......"라는 말이 나와 '스스로도 놀라 손으로 입을 막는'(142쪽) 나이. 남자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한 명은 집을 사고, 다른 한 명은 그 집 전세 계약을 맺는 '영끌' 방법을 동원할 정도로 충분히 삶의 편법에 익숙해진 나이. 그렇지만 아직 삶에 놀랄 것이 잔뜩 남아있다.
이 소설은 2021년과 2022을 거쳐 자라났다. 격리 해제 이후의 연인 관계를 바라보는 <보름 이후의 사랑> 같은 작품은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의 풍경을 서늘하게 기록한다. '다른 남자와 교미하러 가는 게 아니다'라는 박상영식 유머는 여전하지만, 그들은 이태원발 집단 감염을 '춤천지'라고 조롱하는 시대의 혐오를 어른의 눈으로 바라볼 줄도 안다. 소란스럽게 흥분하고 항의하는 대신, '피로에 지쳐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으로 '한숨을 쉬며.'(104쪽) 일과 사랑, 퀴어가 아니었다면 손에 쥘 수 있었을 안정감을 꿈꾸며 이제 그들은 믿음을 말한다. 지금의 쓸쓸함 너머, 보름 이후에도 이어질 삶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