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의 작가 최은영이 등단 이후 첫 에세이를 펴낸다. <쇼코의 미소>를 대만의 한 호텔에 누워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그날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떠오른다. 인간에 대한 타고난 관찰력과 애정이 작가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라면, 소설가 최은영의 심연에는 단정하고도 단단한, 사람에 대한 마음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에세이를 통해 확실해졌다. 그가 고민하고, 성찰하고, 또 이제껏 가꿔온 내면의 이야기,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온전한 마음이 바로 이런 글들을 가능하게 했다고.
무엇이나 누군가가 한 사람을 구원한다는 말을 쉽게 믿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최은영에게 글쓰기는 분명 스스로를 살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분노와 체념, 슬픔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 비로소 가라앉은 여과된 감정들이 지독할 만큼 섬세하게 이 책에 담겨 있다.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읽는 이를 깊숙이 글 속으로 끌어당긴다. 작가가 끝내 꺼내 보인 진심이 아주 오래도록 애틋하게 마음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