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 대하여>, <공룡의 이동 경로> 김화진 소설집. 2023년, 2024년, 2025년에 발표한 일곱 편의 소설을 실었다. 한 사람을 알기 위해 그가 읽었던 책들을 대출해 읽어보는 (<낯선 발자국>의 나은우의 경우) 동시대의 내향인, "소양인들이 자고로 허리가 안 좋아요. 그러니까 몸을 똑바로 지탱을 못 하고 자꾸 앞으로 굽지"라는 진단을 얻는 동시대의 소양인 (<온도 맞추기>의 상이의 경우)들. 텅 빈 마음을 채우려 두리번대는 마음 탐험가들이 의지하기 좋은 작고 단단한 이야기들이 길 너머를 밝힌다.
내 마음 같은 소설을 기다렸을 독자들의 손을 잡는 이야기들이다. 비밀이 새나갔을 때의 슬픔을 '그러나 내가 친구들을, 내 믿음을 도둑맞은 건 사실이지.'(69쪽) 정도의 온도로 식혀서 소화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사람. '말을 뱉자마자 잘못 말한 것 같다는 생각에 후회'(86쪽)하곤 하는 사람.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비비언 고닉)는 태도로 삐걱삐걱 관계연습을 시도하는 사람.
나는 이 소설들이 내 친구들 같아 좋았다. 청소를 미루는 친구, 다이어리에 '힘내자' 적어두는 친구. 말수가 적은 친구. 어떤 단어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친구. 가끔 너무 웃긴 친구. 애인에게 상처받고도 다시 다음 애인을 찾아 나서는 친구. 텅 빈 마음자리에 다시 좋아하는 것을 둘 용기를 지닌 친구들. '지독히 현실주의자이면서 남몰래 과거에 사는'(83쪽) 그 친구들과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