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꺼지지 않는 시대의 화두다. 각자의 필터 버블 속에서 서로와 점점 멀어지는 우리는 매일 이 단절 앞에서 조금씩 더 막막해진다. 어찌해야 할까요? 절박한 심정으로 자꾸만 묻게 된다. 이에 더 나은 대화법,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를 끝까지 설득해 내는 법,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수사법 등의 솔루션이 범람한다. 소통을 둘러싼 질문과 답변조차 자꾸만 서로 어긋나는 시대의 피로 속, 정희진은 '소통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의 단호한 말에 일순간 내면의 소요가 잠잠해지고 무언가 깨달은 느낌이 든다면, 그동안 소통으로 깊이 고통받고 있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불가능한 일에 대한 불가능성의 올바른 진단은 차라리 마음을 편하게 한다. 정희진은 서문에서 "모든 사람과 원활한 소통을 바라지 말고,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침묵이 나을 때는 침묵할 권리를 행사하고, 나에게 의미있는 관계와 장면을 골라 최소한으로 소통하는 법을 연습하자"고 말한다. 소통을 부르짖던 우리가 정말로 바라던 것은 이처럼 뭉뚱그려 '소통'이라는 커다란 단어로 부르던 일을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으로 확실히 나누어 가능한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소통 불가능성의 이유에 대해 깔끔한 통찰들로 설명하고, 나아가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소통법'까지도 알려준다.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던 상대를 설득해 보려 저녁 내내 애쓰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 진 빠진 채 눈물 흘린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책에서 예상치 못한 위로와 낯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애초에 강연으로 진행되었던 내용을 갈무리하여 다시 쓴 것으로, 저자의 전작들보다 속도감 있게 읽힌다. 기존에 정희진을 놓치지 않고 읽어왔던 독자도, 왠지 모를 두려움에 자꾸만 읽기를 미뤄왔던 독자도 망설임 없이 집어 들기 좋을 책이다.